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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버린 엄마. 열두 살의 장남 아키라, 둘째 교코, 셋째 시게루, 그리고 막내인 유키까지 네 명의 아이들은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돌보며 헤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가 빨리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네 명의 아이들은 감당하기 벅찬 시간들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보내기 시작하는데…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2004년에 개봉했다. 영화 도입부에서 감독은 ‘이 영화는 동경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세부 사항과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은 모두 픽션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란,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본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가 4명의 아이들을 집에 방치한 채 수개월 간 집을 나갔던, 충격적이고도 먹먹한 사건이다.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배우로서 첫 데뷔를 이룬 배우 야기라 유야(극 중 아키라)는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탔다. 이동진 평론가는 ‘야기라 유야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조차 감독의 공.’이라는 평을 했다. 그 정도로,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 능력이 빛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친모 케이코는 아이들에게 다정한 엄마다.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머리를 빗겨주고, 함께 게임을 한다. 아이들도 케이코를 잘 따른다. 하지만 케이코는 어딘가 철이 없다. 영화 초반에 케이코는 장남(이자 열두 살인) 아들 아키라에게 “오늘 저녁 메뉴가 뭐야?”라고 묻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이질적이다. 보통은 아들이 엄마에게 물을 법한 질문을 너무나 천진난만하게 한다. 케이코는 집안일을 아이들에게 맡겨두고 집밖으로 나가기 바쁜 엄마다.

 

영화 중반부, 케이코가 본격적으로 집을 나가면서 방치된 아이들의 일상이 시작된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학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집 안에 갇힌 채 지낸다. 매일매일 엄마를 기다리면서. 문제는, 동생들을 챙겨야 했던 아키라에게 친구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아키라의 표정은 한결같다. 한결같이 가라앉아있고, 어둡고, 갇혀있다. 그런 아키라에게 장난꾸러기 모먼트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천성이 어두운 아이가 아닌데, 환경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간 케이코를 탓하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아이들을 가여워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그저 덤덤하게, 아이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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